요새 부쩍 꿈이 많아졌다.
판타지라면 좋겠는데 그것도 아니다.
예전에는 꿈을 꿔도 깨는 순간 대부분 잊혀졌는데 요즘은 아니다.
손으로 만져지는 듯 선명한 이미지의 연속들..........
지나간다 그것들이 혹은 누군가가.
내가 한때 무지 좋아했던 형수님으로부터 알 수도 없는 무슨 이유인가로 된통 꾸지람을 듣다가 깨어났는데 창밖이 환하다.
어라, 동이 트고 있네.
산 뒤에 산이 있고 또 산이 있는 동양화 풍의 액자 같은 창문을 보고 있는 내 얼굴의 희미한 윤곽을 한참이나 보고 있는데도 바깥은 변화가 없다.
동이 트고 있는 중이라면 조도가 분 단위로 아니 초 단위로 올라가야 한다.
처음에는 자욱한 안개 속처럼 뿌옇다가 점점 파래지고 이른 아침 물안개 어쩌고 하는 유행가처럼 파스텔 톤으로 바뀌다가 마침내는 저쪽 산 귀퉁이를 돌아오는 누군가의 등불처럼 붉은 기운이 쏙, 쏙, 쏙, 그렇게 저렇게 하여튼 어떤 식으로든 시시각각 변화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아침인 것이다.
그런데 이거 뭐냐. 족히 한 시간을 기다려도 인형처럼 꼼짝이 없다. .
거 참 이상하네.
내가 아직도 꿈 중인가.
방 안에 시계가 없는 줄 뻔이 알면서도 시계를 찾는 나.
그래도 변화를 보이지 않는 바깥.
컴퓨터를 켜고 시계를 보니 어라,
이제 겨우 2시네.
뭐냐 이거.
그러고 보니 내가 요새 좀 심란하다.
아니다 참 이것은 심란이 아니라 고민이다 행복한
그래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는 거다.
출분 계획은 진즉에 잡아뒀고 이제 곧 실행할 일만 남았는데
그런데 자꾸 발목을 잡는다.
그가 혹은 그녀가 아니 어쩌면 소나무와 참비사살나무와 쇠붙이 같은 것들이
가긴 어딜 가. 나부터 해결해.
뭐야 이거 이대로 두고 가면 어쩌라고.
내가 욕심이 너무 많았나,
처리하지도 못할 일들을 너무 많이 벌려 버렸던 것인가.
천황가의 보물도 완성해야 되고 애도 낳아서 키워야 하고 동학의 잔당들도 구해내야 하고 우물도 파야 하고 백화점에 쇼핑 나간 마누라가 칼에 찔려 죽은 뒤에 딸내미와 여행도 떠냐야 하고 등등 기타 뭔놈의 해야 할 일들이 이렇게도 많이 어느새 널려버린지 모르겠다.
나는 이렇게 아직도 이십대 청춘의 시기 그 무모하고도 발칙한 헛된 열정의 그림자를 끌어안고 있는 것이구나. 오 꿈이여, 이제 그만 나를 놔다오. 진실로 진실로 자유하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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