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 여인네가 내 손에 한가득 원두 곱게 빻은 것을 쥐어주며 한다는 말이
"보채지 말고 조금만 있어요, 응? 금방 올게"
하면서 내 목이며 뺨이며 콧등이며 등등 여기저기 사방에 골고루 키스세례를 퍼부어대고는 종종종 사라져 간다.
그녀가 쥐어준 내 손 안의 커피가루에서는 연한 갈색의 커피물이 뚝,뚝 뚜루룩 흐르는 듯 떨어지는데도 그녀는 안 온다.
금방 온다던 그녀는 안 오는데 커피는 계속 흐르고, 금방 넘쳐버릴 것 같은 커피잔을 보다가 위기감을 느끼고는 아아, 소리를 질렀던가 화들짝 깨어났는데...............
그 참, 뭐 이런 베라머글 꿈이 다 있다냐.
내가 시방 이유기를 지나는 거냐 뭐냐 이거.
하여간에 이런 꿈은 너무나도 별나서, 내가 참 많이도 당혹스럽다, 쩝.
그리하여 자다 말고 일어나서 체조를 하듯이 반추를 해보는데.
이혼과 결혼을--아니 결혼이라기보다는 남자와의 동거를 옷갈아 입듯이 해대는 누이가 어제 오랜만에 왔다 해서 보러 갔는데 가시내가 보자마자 대뜸 한다는 소리가.
"오빠 취미 바꿨어?"
'뭔?"
"느닷없는 무슨 운전이야? 나는 운전하는 사람 안 미덥던데."
"글쎄다."
"아예 트럭 사서 장사나 하지."
'장사?"
"생선장사, 아님 야채나 과일."
"미꾸라지 장사 할란다. 그런데 넌 왜 왔냐."
거기까지 대꾸해놓고 멀뚱해서 천장이나 보고 있는데.
"오빠는 왜 계속 혼자서만 살아?"
"내가 왜 혼자 사냐?"
"혼자 아니면,"
"사람이 어떻게 혼자 살아갈 수 있냐. 제아무리 잘나봐야 사회적 동물인 것을. 다 관계가 있는 거지."
"하여튼 마누라 관계는 없잖아."
등등 기타 이런 스트레스 만땅인 대화 아닌 대화가 건성건성 춤을 추었던 것 같다. 그 외에는 뭐 특이사항이 없다. 말랑말랑 짜릿한 영화를 본 것도 아니고, 나의 주특기라 할 만한 상상이나 공상 망상에 빠졌던 것도 아니다. 전날에 마신 술 땜에 집중이 안 돼서 책도 안 봤고, 빈둥거리다가 겨우 우편함이나 하나 새로 만들자고 덤볐다가 누이 왔다는 말에 그것조차 관 뒀다. 그런데 뭔 그런 이유기 스타일 같은 꿈을 내가 꾼단 말이냐 이거.
그런데 더 어이없고 기찬 것은, 내가 그 꿈을 꾸다가 깨어서는 다시 꾸려고 다시 잠을 청했다는 거다. 어떤 사람은 꿈도 연속극으로 꾼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서, 나도 한 번 그런 행운을, 그러니까 금방 온다고 한 그녀를 하여튼 만나보자고 다시 드러누웠는데, 그런데 암만 자려고 해도 잠은 안 들고, 결국은, 금방 온다던 그녀를 못 본 채로 일어나고 말았으니. 이거 이거 정초부터 뭔 원통방통한 사건인지 모르겠다, 쩝............
아, 그러고 보니,
혹시.
그녀가.
그녀가,
내 기억 속의 그녀가 내게 보내는 메시지인가?
그런가,
정말로,
그런 것인가.
그런 것이냐?
에그 헛갈려라, 이쯤에서 그만 두지 않으면 나 그만 돌아버릴지도 모르겟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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