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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

위대한 바보 코보(25) 준공식 날의 새로운 공부 착공식은 생략했지만 준공식도 생략해서는 안 된다고 초아가 우겨서 준공식을 하기로 했다. 마음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초아는 수다스럽게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널리 알렸다. 좁은 마당이 꽉 찼다. 마루에도 사람이 앉았고, 방에도 앉았다. 오래 전부터 할머니와 알고 지내 왔거나, 연배가 비슷한 할머니들이 방에 앉았고, 보다 젊은 아줌마들은 마루에 앉았다. 마당에는 남자들과 아이들이 자리를 잡았다. 그래봐야 스무 명을 겨우 넘는 정도였지만, 직업이 없어서 하루 종일 골목을 서성이거나, 손님도 없는 구멍가게를 지키며 하품을 늘어지게 하는 사람은 다 모인 것 같았다. 밤에 일하고 낮에 노는 사람도 거지반 다 모였다. 며칠 전에 새로 이사 왔다는 낯선 여자도 보였다. 사서 아줌마는 떡시루를 .. 더보기
위대한 바보 코보(1) 장보러 갔다가 코보는 입을 굳게 다문 채 망태기를 둘러매고 할머니 앞에 섰다. 활짝 핀 개나리 꽃 밑에서 병아리가 금방 삐약, 소리를 내며 걸어 나올 것 같은 날이었다. 책을 보는 것도, 일기를 쓰는 것도, 장보러 가는 것도 다 귀찮아서 언제까지나 그냥 앉아 있고만 싶은 날이었다. 벌써 며칠 째인지 몰랐다. 잠자는 시간이 두려웠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잠에서 깨는 시간이 끔찍했다. 아주 낯선, 무엇인가 못된 누군가가 자고 있는 동안 깨진 달걀 같은 것이라도 팬티 속에 슬쩍 넣어놓은 것만 같은, 끈적끈적하고 질척거리는, 그 엽기적인 시간이 두렵고, 창피하고, 헷갈려서 미칠 것 같았다. 미칠 것 같은 기분 나쁜 시간이 하루를 모두 가불해 버렸다. 팬티 한 장을 후딱후딱 남모르게 빨아서 방구석에 널었을 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