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다.
비가 온다기보다 쏟아진다.
여름 장마에나 봄직한 기세다.
저기 동쪽에는 겨울가뭄으로 식수마저 말랐다는데 이거 너무 한쪽으로만 몰아주고 있는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다..
그나저나 이걸 뭐라고 이름 붙여야 하나.
달력으로만 보자면 겨울비가 분명 맞는 이름인데 몸이 말하는 그것은 봄비다.
봄비냐 겨울비냐.
이것이 문제인 것이 아니라 실은 내 마음 속의 그것이 문제다.
혼란스러운가?
싱숭생숭인가?
내가 본디 쪽지라는 걸 별로 사용하지 않는데 며칠 전에 그것을 열어보았다.
거창하게 부황을 떨자면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몇 개의 쪽지가 들어 있는데 그 중 하나의 내용이 참 멋지고 흥미진진하다.
님 프로필 둘러보니..지역두 같은데~^^같이 편하게 만남했으면해서여..^^...맘맞으면..저녁에 우리집에서 술이나한쟌해여~~
전28...이혼했구 의상실 하구있어여...술친구로 지내다..편한섹파가능하다면..^^ 조건없이 편한 섹파.연하면 좋겠네여... 그런데 전 이거 제 아뒤두 아니구 해서여..제가 자주 가는데가 있거던여..
http://www.이 부문은 통념상 그리고 전략상 내가 지우고 co.kr
메신져 다운로드받아서..로그인하셔야되여..^^
제닉네임..헬로 큐티.... 이거니까.~!^^근데 메신져루 로그인해야..할수있어여..와서 놀다....전화번호 교환해서....저녁에 저희 가게에서....술이나한쟌해여~~ 술은 제가 살께요~^^
장난은 싫으니까...장난치지는마여.....저두 아는동생 말 듣구..긴가민가하는맘으로하는건데...
복사를 하자면 똑 이것이다.
처음에는 미친, 하고 그냥 닫았더랬다.
섹파라는 게 무엇일까, 몇 번 생각을 해보다가 답을 못 내고 포기하기도 했다.
그런데 고것이 오늘 내 머릿속을 차지하고 앉아 있다.
그리고 섹파라는 게 어쩌면 섹스파트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봄비를 탓해야 하나.
겨울비를 탓해야 하나.
아니다.
탓은 무슨, 이것은 오롯이 나, 다른 그 누구도 무엇도 아닌 나, 나다.
애당초 쪽지를 삭제하지 않고 놔둔 그 마음의 행로 또한 수상이 아니라 빤이 보인다.
나는 이렇게, 비가 쏟아지는 이 아침에 나를 본다. 봐 버리고 말았다.
이 기분은 대략,
음
난감이나 뭐 그딴 것이 아니라 뭐랄까, 종교에서 말하는 고해성사 같은 뭐 그런 과정을 거치고 난 뒤의 그것 같다는 느낌이다.
자, 그렇다면 나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저 이혼녀를 자처하는 그녀에게 술을 마시러 가게 될까.
도둑이 고해성사를 하고 난 뒤에 편안한 마음으로 다시 도둑을 하듯이 그렇게,
그렇게 하게 될까.
지켜볼 일이다. 내가 나를,
지켜볼 일이다.
이것이 오늘 나를 흥미진진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