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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의 섬들2/幻

내 눈물의 거처는 어디인가 눈물은, 그는 어디에 살고 있는 것인가. 쓰잘데기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기로 하면 한없이도 쓰잘데기 없는 이런 집착에 나를 팔아넘긴 지도 벌써 언제인지 모르겠다. 부르지도 않았는데 문득문득 멋대로 뛰쳐나오는 녀석, 그는 대체 어디에 비밀한 거처를 꾸미고 있는 것인가. 쇼팽에 집중해 있노라면.. 더보기
사랑을 하면은 사람이란 것이 참 머리를 하늘로 두고 두 발로 걷는 까닭에 보는 것도 많고 듣는 것도 많고 느끼는 것 또한 많아서 하고 싶은 것도 많다. 하고많은 하고 싶은 것들 중에서도 으뜸은 역시 사랑인가 보다. 그놈의 사랑 뭣 땜에 그리도 하고 싶어질까. 이것은 뭐 요새 시끌짝한 신씨나 변씨 그이들과는 아.. 더보기
나는 혹시 바람둥이일까? 내가 아무래도 엄청난 바람기를 내장한 채로 태어났나부다. 꼴에 사내라고 여자가 와서 뭐라고 청을 하면 뚝 자르지를 못해 하늘이나 먼 데 어디를 보며 아 예, 그러세요, 어쩌고 승낙을 해버리고 해버린 뒤에서야 쓰라린 가슴을 몰래몰래 쓸어내리며 에이 참, 에이 참이나 하고 있으니 이게 뭐냐, 이.. 더보기
자살의 이유 어둠의 바다 어둠의 소리 --나는 왜 자살을 했나 가슴이 답답할 정도로 무더운 밤이었다. 하늘에는 별 하나 없었고 바다는 어쩐지 무서우리만큼 조용했다. 나는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후갑판 쪽으로 걸어 가고 있었다. 후갑판 에는 이미 한 승객이 있었다. 갑판의 난간에 기대어 선 그 남자는 계 속해서 .. 더보기
...................... 흔들린다. 비틀거린다. 넘어질까. 넘어질 듯 휘청이다가 도로 일어선다. 김수영의 풀 얘기가 아니다. 그런 거룩 엄숙한 얘기는 내 몫이 아니다. 오늘의 내 몫은 술이다. 술. 낮술에 취하면 세상이 참 다르게 보인다. 나도 나로 여겨지지 않고 타인으로 보인다. 이거 참 재미난 일이다. 그래서 어제 취하.. 더보기
슬픔이라거나 우울이라거나 그런 날에 하는 짓 머리를 자른다. 아니 잘랐다. 작년 10월 째쟁이 미용실에서 자른 그런 것이 아니라, 아예 잘라 버렸다. 자르고 나니 시원하고, 시원해서 자꾸 만져지고, 만지다 보니 알 듯 모를 듯 이상한 슬픔 같은 것들이 꿈틀거린다. 째쟁이 미용실의 그 여자를 보러 갈까 어쩔까 생각만 한 달, 두 달 묵히고 또 묵히.. 더보기
푸닥거리 일기가 뿌연하고 바람마저 대찬 것이 마치 한 열흘 전쯤에 이혼도장을 찍은 남자 혹은 여자의 마음 같다. 침침한데도 날아갈 것 같은, 날아갈 것 같은데도 침침한 이런 날에는 무엇을 해야 좋은가. 어디를 봐야 옳은가. 그래, 막막이다. 적막강산 할 때의 그 막자가 두 개나 붙었다. 첩어다. 비유를 하자.. 더보기
내가 나를 보다 비다. 비가 온다기보다 쏟아진다. 여름 장마에나 봄직한 기세다. 저기 동쪽에는 겨울가뭄으로 식수마저 말랐다는데 이거 너무 한쪽으로만 몰아주고 있는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다.. 그나저나 이걸 뭐라고 이름 붙여야 하나. 달력으로만 보자면 겨울비가 분명 맞는 이름인데 몸이 말하는 그것은 봄비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