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발표된 남북 공동선언문에 대해 미국이 참 많이 불편한 것 같다.
만 하루가 다 되어가는데도 한 마디 언급이 없다.
외교적인 수사로라도 잘 했다 어쩌고 할 만도 한데 말이 없다.
과묵한 그대,
왜 그려셔요?
멋있어 보이려고?
아 물론 뭐 말이야 하기는 했다.
중요한 것은 핵폐기라고,
핵이 중요한 문제라고 말을 하기는 했다.
그러나 그것은 ,
그것이야말로 누구 말마따나 너무도 뻔한 테마다.
그러므로 그런 뻔한 얘기는, 하나마나한 논평이다.
하나마나한 얘기는 하면서, 정작 해야 할,
반드시 해야 할 것 같은 얘기는 못 하는, 혹은 안 하는 미국의 속내는
지금 불편하다.
무지 불편하다.
하긴 그럴 수밖에 없기도 할 것이다.
이웃에서 싸움이 붙으면 말린다고 쫓아가면서도 그 싸움을 즐기는 게 인간이다.
게다가 미국은 싸움을 즐기면서 다른 한편으로 자국의 이익을 도모하기까지 해 왔다.
불편하지 않을 수 없을 거다.
공동선언문 대로라면,
선언문 대로 된다면 서해상의 군사분계선은 이름뿐이요 허울뿐인 그야말로 유명무실한 것이 되어버린다.
자유롭게 왕래를 하게 된다면, 그게 무슨 삼팔선이요 무슨 한계선일 것인가.
게다가 선언문이 선언적인 형태로만 남을 것 같지도 않다.
11월 중에 총리급 회담과 국방장관 회담이 잇달아 열리게 되면,
어쩌면 연내에 그것이 사라질 지도 모른다.
이렇게 되면 미국은 참 난감하게 된다.
할 일이 없어지고,
시비거리 또한 없어지게 되어,
자기들이 왜 거기에 서 있어야 하는지조차도 모호해지는 상황이 오게 될 수도 있다. 이건 미국으로서는 최악이다.
그런데 불편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기막히게도, 미국뿐만이 아니다.
한나라당은 공식 발표를 통해 대체로 환영한다는 논평을 냈는데,
미국이 이렇게도 불편해 한다면,
한나라당은 조만간 당의 입장을 다시 정리해야 할지도 모른다.
아니 뭐 일단 발표를 해 버렸으니 다시 정리까지는 못 한다 해도,
어쨌든 문제가 복잡해졌다.
미국이 아니면 못 사는 한나라당으로서는, 똑같이 불편해야 한다.
그렇게 되어 버렸다. 한나라당이 불편해 하게 되면,
다른 또 수많은 사람들이 불편하게 될 거다.
이거 뭐냐.
노무현, 이렇게도 많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다니.
그렇다면 당신은,
나쁜 사람인가?
민주주의 체제 하에서 많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했다면, 당근 나쁜 사람임이
틀림없겠는데, 음,
이런 생각이나 해야 하는,
그럴 수밖에 없는 나도 실은 불편하다.
왜 이런 쓰잘데기 하나도 없는 것까지 우리가 지금 고민을 해야 하는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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