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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의 섬들2/자살금지

울타리가 있는 풍경

 

여기는 울타리의 안인가?
혹은 밖인가?

 

 

울타리는 존재를 불행하게 한다.

울타리는 존재를 행복하게 한다.

 

울타리 밖에서 울타리 안은 불행이기도 하고 행복이기도 하다.

울타리 안에서 울타리 밖은 자유이기도 하고 비극이기도 하다.

 

어떤 이는 울타리 안에 갇힌 상황을 더없는 행운이라고 여긴다.

어떤 이는 울타리 안에 갇힌 상황을 생애 최대의 불운이라고 여긴다.

 

어떤 이는 울타리 밖에서 누리는 자유를 존재의 조건이라고 말한다.

어떤 이는 울타리 밖에서 누리는 자유를 거지의 비극이라고 말한다.

 

이는 단순한 관점의 차이일까.

 

어떤 이는 잔치집 문 앞을 지나가다 던져주는 떡 한 조각에 머리를 조아린다.

어떤 이는 잔치집 문 앞을 지나가다 떤져주는 떡 한 조각에 버럭버럭 고함을 지른다.

 

실용주의는 오늘의 나를 살찌우게 한다.

하루만의 위안이라도 괜찮다.

미래는 어차피 불확실한 것이니까.

 

이상주의는 오늘의 나를 핍진하게 한다.

하루만의 위안으로는 족하지 않다.

인간은 어차피 죽음에 이르는 동물이니까.

 

울타리를 때려부시는 것이 희망이요 꿈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 있었다.

과거에

 

오늘은?
지금은?

오늘 우리의 꿈과 희망은 무엇일까.

 

뉴스의 절반 이상이 월드컵에 할애되는 현상을 보면서 나는 견고한 울타리를 느낀다.

나의 이러한 관념은

아마도,

불온하다.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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