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벌써
열흘이다.
열흘이 지났다.
비가 온다.
아니다.
눈이다.
눈과 비가 섞인,
이것을,,,,,,,,
짖눈깨비라 하던가.
짖눈은 젖은 눈이겠고,
깨비는,,
아마도 도깨비의 사촌쯤이나 되겠다.
이런 날은,
안 그래도 술 생각이 난다.
그런데,
아파트를 생각하노라니 더더욱 술이 당긴다. 아니다 땡긴다.
하여,
술을 마신다.
마시고,
아리랑을 듣는다.
진도아리랑서부터 강원도아리랑 밀양아리랑 정선아리랑 등등등
날 좀 보고 날 좀 보소~~~~~~~~~~~
그래,
날 보려므나.
아아 참,
아파트
아파트였다.
아파트의 문화,
아니, 문화라기보다는 그 폐쇄성,
그걸 생각하다 이 글을 시작했었다.
그래,
그날,
아우가 느닷없이 한밤중에 어머니를 모셔와서 당분간 형님이 모시세요,
하고 갔던 이틀 뒤,
전화가 왔다.
그날이 먼날이냐 하면,
음,
음력으로 정월 초하룻날,
녀석이 전화로 울먹이며 하는 말,
죄송해요 형님
뭐냐. 이리로 와라, 소주나 한잔 하자.
아니에요. 어머니 잘 모시고,..........사세요.
이건 이상한 거다.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서 택시를 불렀는데,
시간이 이미 오후다.
차례를 지낸 사람들이 교통혼잡을 걱정해서 떠나는 중이다.
어쨌든,
어쨌든 저쨌든,
택시를 타고 아우가 사는 아파트로 달려갔는데,
음,
중간 생략하고,
소방차가 왔다/
소방차가 오기 전에 난 도끼나 망치나 뭐 그딴 것을 찾으러 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소방차가 오고,
소방대원들이 도끼니 망치니 뭐 그딴 것들을 들고 올라왔다.
그들은 말했다.
접근하지 마세요.
하여 난 일단 접근하지 말라는 곳으로 피했다.
그런데,
그들의 작업하는 꼬라지가 영 아니다.
도끼로 두어 번 아파트라는 물건의 문짝을 두드리다가 포기한다.
녀석은,
아우는,
그 못된 연약한 녀석은 연기 속에 있는데,
있는데 말이다.
소방관에게 달려가서 난 아마 욕지거기를 쏟아냈을 거다.
아닐 수도 있다.
어쨌든 도끼는 내 손에 있고,
하여,
도끼를 방화문을 두 번 찍었는데,
손잡이가 와작 나가고,
해서,
난 문이 열리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다.
죽어도 아니 열린다.
이런 비러머글,
죽어도 죽어도 아니 열리는 문짝,
소방관들은 보조열쇠을 찾아 경비원을 부르고,
그 사이에 불은 이미 실내를 장악했을 거다.
그런데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게 있었다.
창문,
그놈의 창문을 왜 생각 못했을까나.
아우의 아파트는 복도식이고, 해서 작은방 창이 복도로 나 있는데,
우리는,
소방관과 나는 나중에야 그걸 발견하고 도끼를 그걸 치니,
허,
한 방에 나간다.
그러나 이미 틎었다.
한 방에 나간 창문으로 뛰어들어갔지만,
아파트라는 곳의 실내에 있는 것이라곤 오직 불에 잘 타는 것들 뿐,
숨을 쉴 수가 없고,
캑캑거리며 도로 나왔따가 다시 들어갔다가 나오기를 몇 번인가.
아,
내 아우는 이미 죽었구나,
아니다. 죽었다는 말은 사치다 뒈져버렸구나.
헌데,
알고 보니 아우놈은 베란다로 나가서 문을 닫아버린 덕분에 멀쩡하고,
나만 목구멍에서 피가 나온다.
이러나 저러나,
원인은 어머니를 제수씨가 두 달 이상이나 모셨다-------기 보다는 보호한 데 있다.
내 일찍이 안 되겠다 싶었기는 했지만,
그래도 어쩌랴,
봄철까지만 좀 수고해 달라,
아아,
참 안일하게도 그리 생각했더랬다.
봄이면 집을 수리해서 어머니를 모셔 오겠노라고,
그런데,
스피드 시대에 내 생각은 너무 늦었다.
늦었던 걸로 판명되었다.
아우는 전혀 모르고 있었던 어떤 일을,
이를테면 어머니를 대하는 제수씨 아니 아우 색시의 어떤 모습을,
아우가 어느 하루 발견하고는 충격을 받았었던가.,
하여간 그랬던 모양이다.
하여,
딴에는 제 마누라에 실망감과 더불어,
어떤 배신감 뭐 그딴 것들로 인해 한밤중에 어머니를 차에 싣고,
그렇다, 싣고,
내게로 와서 내려놓고는
그러고는,
그날부터 아마도 부부싸움을 했던가보다.
이제 와 생각해보니 이박삼일이다.
이박삼일 동안 술이나 퍼마실뿐 아무 곳도 처먹지 않고,
그렇게 쌈박질만 하다가,
하다가 그냥 다 죽자 하고 제 마누라 목을 조르고,
그러고는,
그러고는 아차 싶었던지 어쨌던지 호장실이나 어디로 잠깐 저를 감추었던가 어쨌던가.
그 사이에 제수씨 친정으로 전화 하고,
친정 식구들 달려오고,
그리고,
다음 날 아마도 최종 결심을 했던가보다.
죽겠다고,
죽는 게 낫겠노라고,
그런데,
오늘날,
사건 종료되고
결산을 해보니,
저는 멀쩡하고,
나는 목구멍에서 피가 나온다.
이기 뭐냐?
아파트 문화,
이거 참 웃긴다.
유럽에서 시작된 아파트라는 것은,
우리 식으로 표현하자면 서민 중에서도 그 아래 끝발들인 월세 내며 사는 곳인데,
우리에게 와서 그것은,
참,
코믹하게도, 나 혼자만의, 혹은 우리 가족만의 평화와 행복을 보장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그리하여,
유사시에,
도끼로 깨부시려 해도 부셔지지 않는 문짝,
그 견고한 문짝만을 상징으로 내걸고 멍청하게 버티고 있다,
아닌가,
아닐 수도 있게씨.............
'전날의 섬들2 > 자살금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끄러움 (0) | 2006.07.12 |
---|---|
울타리가 있는 풍경 (0) | 2006.06.17 |
이게 뭐라냐 (0) | 2005.12.22 |
없는 사람이 보고 싶어질 때 (0) | 2004.07.05 |
어디서 무엇으로 다시 만날까 (0) | 2004.03.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