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질서 수호를 위한 시국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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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를 들고 집회에 나온 사람들의 얼굴, 그 평범한 얼굴들을 바라보았습니다. 아직은 날씨도 쌀쌀한 밤에 무엇이 이들을 이곳에 불렀을까? 바로 이 영혼들의 외침이 이 땅에서 군부 독재를 몰아냈고 민주주의를 꽃피게 했고 국가 경제를 일으킨 주인들의 얼굴임을 생각하면서 한없는 존경심으로 한참을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사실 오늘날의 혼란은 6년 전부터 그 징조가 있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해방 후 최초로 선거에 의한 정권교체가 이루어지던 때, 역사적으로 생전 경험해 보지 못한 패배와 정권교체의 충격으로 당시 신한국당은 정신 이상의 히스테리 증세를 보였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 취임식 당일부터 국무총리 인준거부로 시작해서 사사건건 발목걸기, 딴지걸기, 뒤통수 때리기…. 정치 9단에게 패했어도 그런데 하물며 상고출신에게 패배했으니 히스테리 정신질환 증세는 완전 조울증에 가깝게 되어버렸지요. 다수당의 만용은 지난 1년을 그렇게 빈정대고 물어뜯고 발목잡고 횡포부리기로 보냈지 않았는가? 더러운 정치가 여의도를 지배하는 한에서는 결코 우리 모든 국민이 행복할 수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여의도 의사당의 반역이 모든 국민에게 두통과 고혈압을 일으키게 했습니다. 이번 4.15 총선에는 오염되고 부패한 정치인이 단 한 명도 여의도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좋은 정치, 맑은 정치, 건강한 세상을 만들도록 하십시다. 선거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우리 교회 안에서도 교우들의 입장이 서로 충돌할 때가 있습니다. 선거란 절대적으로 옳은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닙니다. 상대적으로 좋은 사람을 선택할 뿐입니다. 그러니까 서로 다른 생각으로 다른 사람을 지지하는 것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이번 탄핵 정국에서의 찬반이란 지지자와 반대자에 대한 재신임 하느냐의 그런 싸움이 아님을 알아야 합니다. 노무현 개인의 문제가 아니란 말입니다. 탄핵은 노무현만 탄핵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통치권자를 탄핵한 것이요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탄핵해버린 것입니다. 오늘과 같은 상황에 대한 탄핵이 정당화된다면 우리는 앞으로 1년마다 탄핵을 해야 할지 모릅니다. 노무현을 지지하는 국민은 40%도 되지 않는데, 탄핵이 잘못된 것이라고 반대하는 국민은 70%가 넘고 있음에서 보듯이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함이 필요합니다. 평민들의 직관은 놀라운 것이고 그것이 역사를 이끌어 왔습니다. 시골 농부에서 샐러리맨에 이르기까지 평범한 백성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판단하는데 하물며 신앙인인 우리가 이번 탄핵에 찬성한다면, 그런 종교지도자가 있다면 그는 중요한 오류를 범하는 것임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우리도 한번 반대한 사람에 대해서는 끝까지 반대하고 협조하지 않고 빈정대지 않았었는가? 그러므로 이제 초등학교 반장 선거에서 대통령 선거에 이르기까지 승복의 문화를 배우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패배는 아프지만 승복은 아름답다는 것을 서로 깨닫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전두환 대통령의 철권통치 시절에도 직선제 개헌을 쟁취한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번에도 불의한 세력들이 스스로 잘못되었음을 회개시키고 전화위복의 정치발전을 이룩하게 될 것은 분명합니다. | ||||||||||||||||||
2004/03/15 오후 11:3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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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천주교 <정의구현사재단> 시절의 정신이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어 고맙고 감사한 마음 금할 길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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