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러는 것이냐
조카딸년 하나가 사시 최종시험에 들었다고 축하해 달랬다. 내가 어쩌면 혹시 애인처럼 여겼던 것도 같은 누이의 딸이다. 전화는 누이가 걸어서 바꿔준 것이니 결국은 내 딸이 이렇게 되었어 오빠, 어쩌고 하는 그런 뽄새다. 누이가 이렇게 좋아하니 나도 좋은 거,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뭐 그런 상황이 됐다.
본디 감동에 무딘 나는 평소 같으면 뭐 그러냐, 하고 말았겠지만 이 누이라는 존재는 아직도 내게 못 이룬 첫사랑 같은 이미지를 풍긴다. 그러니 어쩔 것인가. 축하니 뭐니 쓸데없는 얘기가 내 입에서 절로 나온다. 그러나 본디의 성질머리는 못 버리는 법, 그야말로 쓰잘데기 하나도 없는 얘기가 내 입에서 나온다.
" 욕봤다. 고시라는 게 사실은 따지고 보면 진짜로 싸가지없는 시험인데 그런 시험 보느라고 욕봤다. 이제부터는 사람이 무엇인가 하는 공부를 해야 한다. 연수원에서도 법률서적 따위나 뒤적거린다면 큰일이다. 그러니 그거 딱 덮어버리고 사람공부를 해야 해, 알았지?"
조카년 왈
"네에."
그러긴 그런다.
그 속은 절대 그게 아니라는 걸 나는 안다.
초등학교 사학년 때부터 신문을 돌리고 학습지를 돌리고 등등 해서 제 용돈은 제가 벌어서 써온 녀석이다. 대학 졸업한 지 이제 일 년인가 이 년인가. 만으로 치면 스물넷이다. 연수원 이 년을 마치고 현역에 투입되면 겨우 스물여섯이다. 성문법만으로 판단하기로 하자면 많은 사람을 억울하게 할 수도 있는 나이다.
연수원 그 짧은 이 년 동안 사람 공부를 시킨다면야 그 이상 다행이 없겠지만 연수원이란 이미 그런 곳이 아니다. 사람의 자유를 다루는 예비 법률가에게 사람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사람 다루는 방법을 전수시키는 곳이니 결국은 조금 험악하게 말하자면 고문기술자를 양성시키는 것이고 사기기술을 귀띔해주는 곳이며 뇌물을 받았어도 들키지 않는 기술을 터득하게 해주는 곳이다.
유소년기의 가난과 그 가난을 극복할 길에 대한 나름의 철학이 아직은 그 작은 육체에 고스란히 남아 있을 것이다. 절대미인이라면 미스코리아인지 뭔지로 출세하겠다는 거, 얼굴은 없고 머리가 좋다면 고시, 그게 우리 대한민국 프롤레타리아 계층 여성들의 라이프 스타일인 거다.
속칭 부모 잘 만나서 부러워할 것 하나 없이 자란 아이들과 너무너무 모자란 것이 많게 자란 아이들은 하는 짓이 거의 똑같다. 오직 자기만이 우선이 거. 거기서 조금 나간다 해봐야 적선의식 그 이상도 이하도 거의는 아니다.
그래서 명색이 삼촌이라는 자가 그런 싸가지없는 얘기를 했던 것인데, 그런데 이 녀석의 대응이 좀 엉뚱스럽다. 느닷없이 훌쩍훌쩍 우는 거다. 놀라서 왜 그러냐 하니 이런다.
"제 친구가요. 너무너무 사랑했는데, 떨어졌어요."
"응?"
"!차 2차 다 함께 통과했는데, 그런데 3차에서 나갔어요."
조카년이 뭔 소리를 하는지 처음에는 어안이 벙벙했다. 나도 명색이 고시라는 걸 한답시고 한 육칠 개월 폼을 잡아본 적이 있다. 고로 그 세계를 쥐꼬리만치는 아는데 3차에서 떨어지는 경우란 정신병자가 아니고는 상상할 수도 없다. 그런데 뭔 소리를 하는 거냐?
이렇게 저렇게 조카년 얘기를 듣다가 끊고 인터넷을 뒤져보고 시간 지난 뉴스를 더듬어보는데 참 가관이다. 아니 언제 우리나라 대한민국이 이렇게까지 요상하게 되었나.........그 무섭다는 박정희 때도 전두환 때도 들어보지 못한 괴담들이 널부러져 있는 거다. 세상에.............
대한민국의 주적은 어디인가.
금강산관광 사업을 계속하게 되면 이득을 보는 계층은?
이게 소위 사법시헙 최종 과정인 면접에서 나온 질문이란다. 이것은 누가 봐도 사상검증이다.
법관이란 칼과 저울을 상징으로 삼는 존재이다. 칼이란 불편부당함이 없이 공정하게 자를 것은 잘라야 한다는 것이고 저울은 내 마음이 설령 저쪽을 편들고 싶다 하더라도 두눈 딱
감고 중간자의 입장에서 심판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법을 다루는 인간도 인간인 이상 사상은 있어야 한다. 그 사상이 법관의 자질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작용하단면 이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정략적이다. 저 더러운 정치적 고려가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다른 곳도 아닌 시험장에서 시험위원이 그따위 사상적인 질문을 했다면 이것은 뭔가?
위원은 법무부 직원일 것이다. 법무부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장관의 관할하에 있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그따위 사상검증을 하고 있다는 건가? 이 나라의 대통령은 노무현이다. 노무현의 성격상 그런 사상검증이나 하고 있을 위인은 아니라고 여겨진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노무현은 허수아비라는 거다. 실무적 권력은 저기 어디 다른 데서 오고 있다는 거다. 최소한 그럴 개연성이 있다는 거다.
마침 오늘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를 못 채울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는 요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의미심장하다. 진실로 허수아비라면, 오늘이라도 당장 그만두고 여태 말 못하고 끙끙거린 것들을 죄다 토로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참 비러나머글 나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