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의 섬들2/자살금지

내가 선 자리

두꺼비네 맹꽁이 2006. 11. 26. 12:20

 교수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많이 안 바쁘면 차 한 잔 합시다."
 많이 안 바쁜 나는 그저 갔다.

 이러구 저러구 몇 마디가 오가고,

 저러구 이러구 또 동네 상황 얘기가 오가고.

 잠시 뒤에, 교수님이 이러신다.

 "내가 말이에요. 행자부 장관에게 공식적으로 서한을 내려 했어요.  행자부 장관 걔가 내 제자거든. 서한을 내면 그냥 끝난다고. 그런데 안 했어. 왜 안 했냐. 여러 사람이 다치거나 불편해질 것 같아. 그래서 안 했어요. 내 말 아시죠?"
 알겠다.

 알기는 알겠는데, 그런데 내가 왜 이런 것을 알아야 하는지를 모르겠다.

 어쨌든 대단하다.

 행자부 장관을 제자로 두고 있는 교수님과 대작을 하는, 그럴 수 있는 내가 대단하다.

 알아두어라.

 나는 이런 사람이니라.

 

 프랑스에 사르트라란 사람이 있었다.

 있었다.

 그래, 과거형이다.

 벌써도 전에 죽었으니 과거형일 수밖에 없다.

 아무러튼, 그가 이랬다.

 아니다.

 그는 이런 사람이었다.

 

프랑스 문학의 기념비적인 인물 장-폴 사르트르. 사후 26년이 흐른 뒤에도 여전히 살아숨쉬는 사르트르는 전세계에서 노벨상을 거부한 유일한 작가다. '살아있는 동안 누구도 평가받을 자격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기실 사르트르는 '기관'이 주는 영예를 꾸준히 거절해왔다. 이를테면 전후인 1945년 레지옹도뇌르 훈장 수훈자로 선정된 사르트르는 '정부에 내 친구들이 있다'는 이유로 훈장을 거부한 바 있다.


프랑스 최고 권위의 교육기관인 꼴레주 드 프랑스에서 수차례 강의할 것을 요청 했으나 역시 거절했다. 같은 이유였다, '인맥'을 등에 업지 않겠다는. 그러나 굳이 '인맥'이 아니었어도 사르트르의 자격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그게 뭐 어쨌다는 거냐고?
그냥,

내가 서 있는 자리가 이렇다는 그저 그런 말이지 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