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죽으려던 내가 소녀를 만나(26)

두꺼비네 맹꽁이 2021. 3. 2. 13:13

허공에 집을 짓고

 

은선암을 목적으로 누님의 집을 나선 나는 또 한 번 애초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었다. 길의 끝에 이르러서야 그 사실을 알았다. 길의 끝이라는 생각으로, 길이 끝났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멈춰선 곳이 거기, 거대한 굴삭기며 트럭 등 중장비들이 먼지를 뿌옇게 일으키며 둥지산을 해체하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는 수심모텔 앞이었다.

 

빵긋이 웃는 어린 아가씨가 카운터를 지키는 수심모텔, 거기서 법운 스님을 만난 것은 말할 것도 없이 뜻밖의 사건이었다. 뜻밖의 사건인 것만은 분명하지만, 그러나 그것이 말 그대로 우연이었던 것만 같지는 않았다. 나중에야 알게 된 일이지만 법운은 예전부터 거기에 있었고, 나는 어쩌면 반드시 그곳을 거쳐야만 했던 것인지도 몰랐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저것이 생겼기 때문에 이것이 생겼다고 하는 연기(緣起)의 법칙을 나는 법운과 부딪치면서 생생하게 실감할 수 있었다.

 

어허 이게 누구냐. 발우 아니냐.”

법운은 예나 이제나 거의 다름이 없이 활달하고 시원스러웠다. 그는 엘리베이터를 빠져 나와서 막 카운터 쪽으로 오는 중이었고, 나는 밀면 돌아가는 회전문을 막 통과해서 안으로 들어가는 중이었다. 빵긋이 웃는 예의 앳된 여자는 자신의 자리에서 여전히 빵긋이 웃고 있었다.

 

땡중의 바랑 속에나 있어야 할 발우가 어찌 이런 고약한 풍진 속을 굴러 다닌다냐 그래, ?”

 

모텔이나 드나드는 주제에 땡중은 무슨, 누가 누구에게 땡중이라는 거야. 생각으로는 그러면서도 나는 어쩐지 편안해지고 있었다. 수심모텔에서 법운과 조우했다는 사실이 당혹스럽다거나 불쾌하지가 않았다.

오래 전에 이미 거기서 만나기로 했던 것처럼, 또는 어디선가 그와 유사한 경험을 했었던 것처럼 익숙하다는 느낌이었다. 아무렇지 않게 다가오는 낯섦에 대한 익숙함이 나는 오히려 당혹스러웠다.

 

내가 왜 수심모텔을 다시 찾게 되었는가는 알 수 없었다. 빵긋이 웃는 그 여자를 가끔 생각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내가 그녀에게서 강렬한 여자를 느끼고 있지 않는 이상 그녀 때문에 모텔을 다시 찾았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어쩌면 영원히 그늘에서만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하는 여자 혜수, 그녀에 관한 확인되지 않은 풍문을 전하면서 아득한 얼굴로 하늘을 보던 누님의 얼굴만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 있을 뿐이었다.

 

혜수를, 또는 혜수 비슷한 사람을 어딘가에서 봤다고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 사람들에게서 들었다고 하는, 말하자면 풍문을 토대로 자신의 감정을 덧붙여서 털어놓는, 그럴 때의 한없이 막막한 누님의 눈동자가 내 안에서 마치 구슬이 굴러가듯 구르고 있다는 느낌인 채로 둥지산을 해체하는 트럭의 행렬로 흙먼지가 자욱한 기찻길 옆 버스길을 버스도 타지 않고 걷다가 섰다가 게으르게 걸어서 당도한 곳이 거기, 수심모텔이었다.

 

내가 나를 신뢰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풍문이라는 것 또한 믿을만한 것은 못 되겠지만, 그래도 풍문에는 전설이나 신화처럼 서푼어치나마 근거는 있기 마련이었다. 그러므로 풍문은 근거를 찾을 수 없는 내 자신의 존재보다는 훨씬 가치가 있는 셈이었다.

그런데 그 서푼어치나마 가치를 지닌 풍문에 의지해서도 혜수의 삶의 형태를 잡아내기는 어려웠다. 그녀는 언제 어디서 무엇이 계기가 되어 어떤 사람을 만났길래 쫓겨 다녀야만 하는 고통을 마다하지 않고 스스로 그 운명의 주인이 되어 버렸는가?

 

찾을 수 없는 그 문제의 답을 찾느라고 나는 아마 두 시간 여 동안 길 위에서 소설을 쓰고 있었을 것이다. 다이너마이트로 폭파된 둥지산의 흙과 돌을 모아서 연민 가득한 눈으로 하나하나 꿰맞춰 보듯이, 그렇게 혜수의 삶을 어느 정도는 타인의 시선으로 재구성해보며 한편으로는 부러워하고, 또 한편으로는 두려워하고도 있었을 것이다.

부러움이란 말할 것도 없이 규범으로부터의 단호한 일탈이라고 하는 혜수의 파격적인 삶에 대한 것이었고, 두려움은 과거라든가 미래에 발목을 허용하는 법이 없이 자신의 심장이 뛰는 매 순간 순간 그대로 곧장 나아가는 그네들의 삶에 대한 것이었다. 파격적인 일탈이란 그렇듯이 언제나 공포와 선망을 동시에 자아내게 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그러고 보면 내가 마치 자동인형처럼 아무 거리낌도 없이 수심모텔로 몸을 밀어 넣은 것도 혜수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았다. 풍문에서 풍문으로 전해진다고 하는 혜수의 얘기를 들었을 때, 아무래도 혜수가 인신매매를, 그것도 여자만을 전문으로 거래하는 조직에 관련된 것 같다고 하는, 그런 얘기를 전해주다 말고 침통한 얼굴로 허공을 응시하는 누님의 앞에서 나는 그때 더불어 침통하기는커녕 차라리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때의 기분을 온전히 복기하기는 어렵지만 이를테면 이런 것이었다.

 

혜수가 가야 할 길은 어쩌면 그것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고 하는, 자기가 자기를 믿지 못하고 자기가 자기에게 배신을 당한 채로 길을 나선 자는 자기에 대한 신뢰의 근거를 확보하지 못하는 한 보다 자극적이고 아찔한 자유에 의지해야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하는, 그런 식의 그늘지고 일탈된 자유가 아니면 자신의 살아 있음을 확인받을 수가 없기 때문에, 그래서 그러한 삶이 옳으냐 그르냐 따위와는 아무 상관도 없이 혜수는 그렇게 부득이 쫓기는 삶을 유지해야만 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나는 그때 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혜수의 그런 삶을 축복하고 있었던 것은 물론 아니었다. 나는 누구보다도 깊이 슬퍼하고 참괴스러워 할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혜수의 삶에 대해 아무런 비평도 하지 않았다. 비평 따위가 들어설 틈이 없었다. 나는 다만 혜수를 믿고 싶은 것일 뿐이었다. 그것이 혜수가 스스로 선택한 길인 이상 어쩔 수 없는 것이었을 거라고, 혜수의 그런 어쩔 수 없음을 나는 어쩔 수 없이 인정하고, 그리고 믿어주고 싶은 것일 뿐이었다.

 

그런데 그때의 기분을, 그것과 유사한 정황을 법운과 마주치는 순간에 나는 또 한 번 느끼고 있었다. 내가 수심모텔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내재된 필연이었다면, 법운과의 조우 또한 아직 드러나지 않은 어떤 에너지의 작용이나 되는 듯이 조금도 이상하지 않고 으레 그러기로 되어 있었던 것처럼 너무도 천연스럽고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이었다.

그 천연스러운 익숙함이 낯설고 당혹스러워서 나는 한동안 우두커니 선 채로 엉뚱한 생각에 빠져 있었다. 그때 왜 법운의 얼굴에서 도망 중인 혜수의 지친 얼굴이 떠올랐는지 알 수 없었다.

 

여자를 납치해서 팔아먹는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진 까닭으로 영원히 쫓기며 숨어서만 살아야 하는 여자, 혜수, 그 안타까운 여자, 아이를 낳은 그 해의 겨울 길을 나선 혜수가 처음 만난 남자가 어쩌면 법운인지도 모른다는, 그런 어이없는 생각이 한순간 나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런 어이없는 상상에 어처구니없어 하면서도 나는 어쩔 수 없이 법운의 위아래를 샅샅이 훑어보고 있었다.

나른했다. 오월인가, 유월인가. 유리창으로 비껴드는 햇살이 나른한 오후였다. 그래서였을까. 자살하기에 딱 좋은 날씨라는, 순간적으로 떠오른 그런 생각 때문이었을까.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그 음악이 실내를 떠돌고 있었는데도 내가 혜수에 관한 생각 빠져 있었던 탓으로 미처 의식을 못했던 것인지도 몰랐다.

 

글루미 선데이.

 

그때 내가 카운터 앞에서 빵긋이 웃는 그녀에게 선물한, 아니 선물이라기보다는 아무런 말도 없이 그냥 일방적으로 버리듯이 주었던 그 음악이 실내를 가득 안개처럼 떠다니고 있었다. 반가워서 나는 그녀와 눈이라도 좀 맞춰볼까 하고 그쪽으로 신선을 돌렸지만, 그러나 그녀는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모텔은 규모가 제법 큰 건물이었지만 로비는 한산했다. 법운은 모텔에서 일을 보고 모텔을 나서는 중이었던 것 같지는 않았다. 탁발승이 갖춰야 할 목탁도 염주도, 바랑도 아무런 것도 그는 갖추고 있지 않았다.

 

아빠 아시는 분이세요.”

말을 할 때는 언제나 빵긋이 웃는 것처럼 비쳐지는 그 앳되고 하얀 동전 같은 여자가 나직이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그것은 질문도 아니고 확실히 그냥 말이었다. . 흐르는 물처럼 뭔가에 관심이 있는 것도 같고 없는 것도 같은, 소리를 내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그 흐르는 물소리처럼 무관심에 가까운 말, 소리. 그녀는 그렇듯이 질문도 아니고 질문이 아닌 것도 아닌 말 한 마디로, 아니 말이라기보다는 차라리 한 음절의 조용한 소리로 나를 깜짝 놀라게 하고 있었다.

 

아빠? 하고 의구심에 차서 그녀를 다시 보려고 하는 참인데 의심을 하고 어쩔 겨를도 없이 법운의 쩌렁쩌렁한 소리가 사실을 확인해 주었다.

알지, 아암, 알고 말고.”

이어서 법운은 내 소매를 잡아서 끌었다.

 

, , 내려가세, 내려가. 발우가 이 땡초를 찾아온 게 아니란 건 나도 알지만 내 눈에 발견된 이상 그냥 보낼 수야 없지, 안 그러냐. 내가 말이다. 커피 한 잔이 생각나서 말이다. 브람스의 음악도 좀 듣고 싶고, ? 그래서 지금 막 내려오는 중이었단 말이다.”

 

지하에 노래방과 식당이 있고, 그 맞은편으로 커피숍이 있었다. 밖에서 계단을 내려갈 때는 지하였지만 커피숍 안에서는 지하가 아니었다. 짱짱한 햇살에 은빛을 뿜어내는 궤도와 그 궤도 위에 대기 중인 화물열차와 등나무덩굴 그리고 때를 만난 여자들의 봄 향기가 물씬 풍기는 옷차림들이 원근법을 무시한 채로 한눈에 보였다. 손님은, 많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로비의 한산함과는 달리 생기가 돌았다.

법운은 안으로 들어서면서 카운터에 앉은 여자에게 커피 둘하고는 자리에 앉자마자 시선을 천장으로 향한 채 거의 미동조차 없었다. 이따금 커피 잔을 들어 코에 대고 그 향기를 음미하는 정도였다. 스피커에서는 브람스인지 뭔지 하여튼 그 비슷한 클레식이 흘렀다. 법운이 내려오면 종업원들이 알아서 으레 그것을 틀어주는 모양이었다.

 

어쨌든 나는 주눅이 들어 있었다. 할 말도 많고 듣고 싶은 말도 많았지만 머릿속이 너무 어지러웠다. 아마도 한 시간쯤을 그렇게 멍한 상태로 앉아 있었을 것이다. 법운은 이윽고 음악 삼매에서 빠져 나왔다. 그가 내게 뭔가 말을 하고, 질문도 하고, 나 또한 그에게 뭔가 대꾸를 하고 질문도 한 것 같았지만 무슨 내용이었는지 거의 기억에 남아 있지 않았다.

 

이봐라, 발우야. 내 나이 예순 셋이다. 예순 셋의 나이에 나는 불온을 꿈꾸지. 불온을 말이다. 알겠느냐. 불온이란 말이다, 불온.”

 

무엇인가 내 어깨를 철썩 두드리는 바람에 깜짝 놀라 정신을 차렸다고나 해야 옳겠다. 우리는 그때 이미 커피숍을 빠져나와서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었다. 어디서 때 이른 매미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는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들렸다. 매미가 마치 내 귀밑에 붙어서 울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법운이 또 한 번 내 어깨를 두드렸다. 엘리베이터는 어느새 멈춰 있었고, 문이 열려 있었다. 익숙한 향내가 물씬 콧속을 후비는가 싶더니 목탁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검은 바탕에 흰 글씨의 현판이 있었다. 불불암(不佛庵). 그게 아마 법운의 거처인 모양이었다.

 

불온을 꿈꾸는 거처. 그곳은 모텔의 맨 윗층에 자리하고 있었다. 모텔은 육층 건물이었다. 전면에서는 지하이되 후면에서는 지하가 아닌 그 애매한 지하까지 합하면 칠층이었다.

법운은 이곳에서 무엇을 부정하며 무슨 불온을 꿈꾸는가? 부처를? 부처를 부정하겠다는 의지로 모텔을 운영하며 이상한 암자를 꾸며놓은 것 같지는 않았다. 아니 그것은 암자라기보다 일종의 포교당 같은 것이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대웅전이 보이고 그 맞은편으로 또 하나의 현판이 걸려 있었다. 응진전(應眞殿).

 

응진이라니. 이것은 또 뭔가. 아라한(阿羅漢)의 다른 명칭인 응진이 삶과 죽음의 경계를 벗어버린 말하자면 최고의 경지를 뜻한다는 얘기를 나는 어린 시절에 어머니로부터 귀가 닳도록 들은 바 있었다. 그렇다면 법운은 오래 전에 종단으로부터 파문을 당하고 승려의 자격까지 몰수된 상태의 그야말로 땡초가 되어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중의 신분으로 모텔을 운영한다는 것은 아닌 게 아니라 그러고도 남았다. 나이 육십을 넘어 불온을 꿈꾸기 시작했다는 그의 말이 그제야 실감나게 와 닿았다. 안에는 시봉하는 동자며 보살이며 식구도 꽤 있어 보였다.

 

어떠냐. 이만하면 가히 불온하다 할 만하지 않겠느냐.”

법운이 또 한 번 내 어깨를 탁 쳤다. 그 순간 이상하게도 그가 눈을 부릅뜨고 있는 사천왕상 중의 한 사람 같았다. 그만큼 그는 순식간에 거칠어져 있었고, 거칠면서도 내면에 깔린 무엇인가의 작용으로 인해 그것이 거칠기는커녕 그림 속의 도깨비처럼 다정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해도 종단에서 별 말이 없는가요?”

나는 얼결에 묻고 나서야 바보 같은 질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런, 이런 맹추 같은 녀석. 나는 비공식적으로 끌어들인 돈을 공식적으로 투명하게 재투자하고 있는 거다. 알겠느냐. 종단의 계율이라는 것은 비공식적으로 끌어들인 돈을 비공식적으로 쓰라는 것이지만 나는 어디까지나 투명하게 쓰고 싶어서 투명하게 재투자하는 거다, 이런 말이다. 알겠느냐.”

 

투명하게 쓴다, 투명하게,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런데 웃다가 다시 생각하니 웃음이 쑥 들어갔다. 가슴으로 갑자기 예리한 칼날 하나가 쓰윽 들어와 버린 느낌이었다. 나는 그동안 어떻게 살아 왔던가, 어떻게. 하지만 법운 내가 그런 개인적인 회한에나 잠겨 있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이놈, 발우야.”?”너는 이놈, 허공에 집을 지을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 글쎄요.”

내가 네놈의 생각을 맞춰볼거나? 너는 이놈, 내가 스스로 죄인이라는 것을 자복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혼란에 빠져 있는 거지? , 오냐. 그래 나는 죄인이다. 그런데 너는 죄라는 것이 무엇인 줄 아느냐? 죄라는 것은 깨면 깰수록 죄가 안 되는 법이거든. 알겠느냐. 깨면 깰수록 죄가 안 되는 이 오묘한 이치를 깨치기만 하면 네놈도 아마 부처의 발가락 하나쯤은 잡을 수 있을 게다. 어찌됐든 따라 오너라. 따라 들어와, 이놈아.”

 

법운은 응진전의 문을 벌컥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오래 전부터 내가 찾아올 것을 알고 있었다는 태도였다.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면서 나는 다리가 몹시 떨려왔다. 그럴까. 정말로 그랬을까.

그래,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난 번 삼백십삼 호실에서 하룻밤 묵었을 때, 그때 법운은 나를 보았을 수도 있었다. 만약에 그게 사실이라면, 그렇다면 나는 왜 몰랐는가? 아아 그래, 집착이었겠지. 집착, 무엇에 집착하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것에 집착한 나머지 눈을 열어놓고 있으면서도 무엇을 볼 수가 없었던 것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