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의 섬들2/幻

사랑을 하면은

두꺼비네 맹꽁이 2007. 9. 13. 17:19

 

 

사람이란 것이 참

머리를 하늘로 두고 두 발로 걷는 까닭에 보는 것도 많고

듣는 것도 많고 느끼는 것 또한 많아서 하고 싶은 것도 많다.

하고많은 하고 싶은 것들 중에서도 으뜸은 역시 사랑인가 보다.

그놈의 사랑

뭣 땜에 그리도 하고 싶어질까.

 

이것은 뭐 요새 시끌짝한 신씨나 변씨 그이들과는 아무 상관 없는

걍 내 경험에서 나온 뭐랄까 성찰쯤 되겠는데

사랑을 하면은 무엇보다 우선 예뻐진다.

 

 물과 불의 화학적 성질에 대한 기존의 개념이 힘을 잃고 비틀거리다가 재구성되는 까닭으로 안 예뻐질래야 안 예뻐질 수가 없다. 다른 말로 하자면 사랑은 이 사회가, 세계가, 우주가 본래의 모습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틀을 갖추게 되는 거다

 

바슐라르의 연구에 따르면 물이 불이 될 수 있고 불이 물이 될 수도 있는 형국인데, 중국의 고서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일컬어 경천동지라고 아주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다 .하늘이 놀라고 땅이 갈라진다고 직역되는 이 말은 정치인 김종필씨가 하도 많이 써먹어서 조금은 희화적인 느낌도 있지만, 사실은 매우 엄숙하고 진지한 의미를 갖고 있다.

 

하긴 그게 또 그렇다. 사랑이 진지하고 엄숙하지 않다면 무엇이 진지하고 엄숙하랴. 국기에 대한 맹세? 아니라는 건 누구나 다 안다.

 

얘기가 옆길로 빠졌는데, 암튼 사랑이란 인간으로 하여금 지리멸렬한 일상을 벗어나서 세계를 완전히 새롭게 발견 가능하게 해주는 에너지라고 정의를 내려도 뭐 그리 불법이거나 죄될 일은 아니지 싶다. 그렇다고 사랑이란 이름만 붙이면 조건 불문하고 다 그렇게 되는 건 아닐 테다. 입만 열었다 하면 사랑 타령으로 사람을 혼란스럽게 하고 슬그머니 착취의 손길을 내미는 종교 직업꾼들이야 뭐 새삼 거론하지도 말자. 그것들의 사랑은 이미 사랑의 범주에 속하지도 않는다는 것쯤 누구나 다 아는 바이니.

 

앞서 바슐라라의 연구를 잠시 인용하기도 했지만, 물이 불이 되어야 한다  불은 물이 되고 다시 불이 되어야 한다, 태워야 한다  완전히 던져야 한다  얄팍한 전자계산기 따위가 낄 틈이 없어야 한다

 

그렇게 타고 나면

태우고 나면

완전히 버리고 나면

그러면 보일 거다

죽은 줄 알았던 내가 사실은 죽지 않고 완전히 다른 눈으로 숲을 보며 길을 열고 있는 자신이 보일 거다.

 

그러므로 사랑이란 실상 무지 어려운 고도의 철학적 행위인 거다. 쉽게 하지 말거라. 내가 내게 당부하노라.

 

아울러 한 마디, 이 땅에서 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인간들을 가까이 하지 말라.  그들의 더러운 악취가 너의 내장을 부패시킬지니.